[5] 달 스위치

2020. 8. 8. 09:41Writings/Stories

두개의 달이 있다

스위치로 켜고 끌 수 있다 

달을 밝히는 원료는 별과 해를 갈아 만든 빛가루다 

 

사람들은 어두운 것에 탐닉했다 

먼저 지구상에 있는 모든 불을 끄고 

다음은 하늘이었다 

 

먼저 해를 부쉈다 

달 근처에 작은 별들도 거치적거려

하나 하나 쏴 없앴다 

 

그리고 낮 대신 밤에 달 하나를 더 쏘아올려 

두 달이 뜨는 밤에 모두가 생활하게 되었다 

 

두번째 달은 해와 별을 부수고 저장해둔 햇가루와 별가루를 적절히 섞어 빛나게 한다. 

 

 

Part 2.

 

사람들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우리는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가

왜 완전한 어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왜 우리 두눈은 사물을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이 있어야만 인식할 수 있는 구조인가

왜 우리 눈은 어둠을 지향하는 의지에 반대되는가

왜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는가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주변을 인식할 수 있는 박쥐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다른 동물들도 많이 있지만, 박쥐가 사람들에게 그나마 널리 알려진 동물이었기에 빠르게 퍼질 수 있었지 않을까. 

 

사람들은 두가지 파로 나뉘었다

박쥐를 연구해 그 완전함을 인간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해보려는 그룹과 박쥐를 우월하게 생각해 숭배하는 그룹.

박쥐는 떠받들기에 여러모로 재미있는 특성을 가졌다.

 

그것은 날 수 있다. 하늘과 땅 모두 박쥐의 영역이고, 거꾸로 매달려 쉬는 모습은 마치 빛에 대비되는 어둠을 상징하는 방향이라고 해석돼 더 신성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Part 3. 

 

해가 사라지고 갑작스러운 추위때문에 많은 인류가 죽었지만, 인간이 가진 과학 기술은 금방 적당한 쉘터를 구축해냈다. 다만 사람들의 숫자는 아직 의견을 빠르게 전달, 취합, 결정하기엔 좀 많았는데..

 

달의 스위치를 누가 관리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두 달중 새롭게 만들어진 인공달의 스위치는 공사가 시작할 때부터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미 위치가 공개돼 있지만, 본래 하늘에 떠있던 자연달에 연결한 스위치의 위치는 공사를 지시한 일부 사람들과 건설사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가 그 스위치를 연결했는지도 모르고 있고, 스위치의 위치를 아는 사람들은 비밀과 정체를 꽁꽁 숨기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었다. 

 

왜 정체를 밝히지 않는가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 두려움.. 아무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

 

자연달은 한달에 한번씩 저절로 크기를 바꾸기에 평소에는 스위치가 작동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가끔 해를 쏘아 떨어뜨린 날을 기념하는 어둠의 축제를 하는 날이면 그믐날이 아닌데도 자연달이 꺼지고는 했다. 분명 누군가는 통제할 수 있는 스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음모론.. 비밀스럽고 위험한 지배 세력에 대한 갖가지 소문의 근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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