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소리알2

2020. 9. 3. 09:44Writings/Stories

이 소리알들이 생성될 때, 각각 알에는 조금씩 다른 소리들이 무작위로 저장된다. 어떤 알에는 목소리가 많이 들어있는 반면, 어떤 알에는 베이스 사운드가, 어떤 알에는 하이 피치의 소리만 들어가 있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음악이 어울리는 화음들이 시간에 따라 쭉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알에서 나오는 소리도 서로 잘 어우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보관이나 이동중에 너무 흔들리는 경우 안에 들어 있는 소리들이 섞여서 알을 깼을 때 듣기 그리 듣기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가지고 있는 소리알 중 두 개는 작곡하는 친구에게 빠른 소포로 부쳤다. 그 친구 왈, 내가 듣는 음악에는 독특한 사운드나 화음이 많아서 이렇게 보내주면 창작에 도움이 된다나.

 

나머지 세 개는 감정사에게 들고 갔다. 알을 깨지 않고도 안에 들어 있는 소리가 잘 보존되고, 또 얼마나 조화롭게 섞여 있는지, 또 알의 품질까지 알려줄 것이다. 최근에 새로 생긴 감정소던데.. 지도앱을 켜고 두리번 거리며 찾다보니 Joanna라고 적힌 간판이 보인다. 

 

왜 간판을 영어로 적어둔 거지? 여기는 한국인데..

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니 웬 외국인이 나온다. 정말 외국인이라서 간판도 영어로 달았구나.. 자기 이름인 걸까.

 

"Hi,"

그녀가 인사한다. 가게 벽에 쭉 소리알들이 진열되어 있다. 알의 외형에 딱히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알마다 겉모습이 다 다르게 생겼구나 싶다. 대부분의 알은 흰색 또는 검은색을 띄고 있다. 살짝 푸르스름하거나 붉거나 노란 기가 섞인 차이 정도마 있을 뿐. 그렇게 보니 벽이 온통 바둑알로 덮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하다.

 

벽 한편에는 'God is Gracious' 라고 크게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 그런데 영어인데도 쓰인 모양이 캘리그라피랑 닮았는데... 그쪽 문화에 관심이 있는 걸까. 

 

"Take a look, tell me if you need any help,"(둘러보시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세요,) 그녀가 다시 말했다. 아차, 알을 구경하느라 인사를 받은 걸 까먹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미안해서 살짝 웃었다. 그리고 가져온 알 세 개를 꺼내 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단 알의 무게를 재고, 청진기처럼 생긴 도구를 꺼내 알에 대고 소리를 들어보았다. 

 

"알 스캐너는 안쓰시나요?" 내가 물었다. 요즘 대부분의 감정소에서는 알을 먼저 스캐너에 넣어 대략적인 소리 상태와 품질을 체크한 후에 직접 알의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여기선 무게를 좀 재어보고 바로 청진기(같이 생긴 도구)를 쓰는 게 의아했다. 

 

"Uhm.. those scanners actually might affect the sound inside the eggs.. and probably make it less quality.."(음.. 스캐너를 쓰면 속에 있는 소리에 영향이 가서..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요) 

 

몰랐던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른 곳보다 여기다 더 알을 잘 다뤄주는 곳인지도 모른다. 살짝 영업당할 것 같다. 

 

"혹시 본인이 조안나세요..?" 내가 불쑥 물었다. 그녀가 소리를 듣다 말고 이쪽을 봤다. 아 작업 방해했나. 

 

"Yes it's my name. ....That's the meaning"(내 제 이름이에요. 저게 이름의 뜻이고요). 조안나가 영어 캘리가 적힌 액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마저 일을 끝내는 동안 나는 가게 안을 서성이며 조용히 있었다.  

조안나는 몇번 더 알 이쪽 저쪽을 돌려가며 소리를 듣더니 곧 부드러운 천으로 알 주변을 닦았다. 감정이 끝났나 보다. 

 

바로 몇 시간 전에 만들어서 그런지 세 알 모두 보존 상태는 매우 좋은 편인데, 첫번째 두번째 알은 품질이 좋은 반면 세번째 알은 좀 소리가 좀 약하다고 한다. 

 

"You have lots of dissonance in these two,"(요 두 알에는 불협화음이 많네요) 조안나가 첫번째, 세번째 알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좋은 건가요?" 아닌 줄 알면서도 멍청하게 물어보았다. 

"No, it just depends on what kind of music you use."(아뇨, 그냥 어떤 음악을 알에 담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알고 있다. 딱히 덧붙일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는 딱히 내 반응을 확인하지 않았다. 

 

조안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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