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A

2020. 9. 7. 11:52Writings/Stories

A는 앞 일을 계획하고, 그 일을 진행시킬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나에게도 임무를 내린다.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딱히 생각할 필요 없이 A가 내리는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 A를 도와 내게 맡겨진 일을 다하는 것은 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A는 대신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제공해준다. 내가 사는 곳, 먹는 것, 즐기는 것, 내 생활은 A가 제공해준 것들을 기반으로 되어 있다. A가 준 일만 수행하면서, 나는 A가 제공한 환경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간다.

 

가끔 A의 명령을 어길 때도 있다. A는 내 행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그저 내 기분을 조종해 무기력함을 느끼게 하거나 짜증, 분노가 일게 하는 정도다. 그런데도 계속 내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제공해줬던 환경을 하나씩 빼앗아 간다. 그러므로 착실하게 임무를 다하는 게 내게도 최선의 방법이다. 

 

가끔씩 긴급 명령이 내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쥐어짜듯 숨쉬기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내 심장에 뭐라도 심어 놓은 것일까, 당장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상태가 된다. 그렇게 첫 상태가 지나가면 뇌가 조금 달라져있다. 머리가 차갑게 식으면서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잘 수행할까,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마치 프로그래밍된 로봇처럼.  

 

오늘도 나는 A의 명령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A의 말을 잘 듣는한 그는 언제까지나 자애로울 것이다. 

 

A는 이 세계의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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