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햇살비빔밥

2020. 9. 8. 17:21Writings/Stories

오늘은 해가 쨍쨍하네.. 무슨 요리를 만들어볼까..?

 

파란 크리스탈로 된 그릇을 옥상에 가져다 두었다. 삼십 분쯤 지나자 눈부신 햇살이 그릇에 절반정도 모였다. 

 

부엌이 살짝 그늘져 있어서 앞마당에서 나머지 재료를 섞기로 했다. 모인 햇살은 그늘에 두면 금방 흩어져 버리니까. 

 

냉장고에 얼음 당근이랑 불당근이 남아 있다. 날이 더우니 열감이 덜한 얼음 당근을 채썰어 넣고.. 꼬마 새우도 데쳐놓는다. 양파는 싫어하니까 빼고.

 

어라, 냉동실에 엘쿨루스의 눈물 결정이 있네. 언제 사놨지? 전복보다 훨씬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다. 효능을 찾아보니 일시적으로 직관력이 향상된다는 말도 있고.. 일단 아까우니까 겉면만 칼로 살살 긁어서 나온 부스러기를 그릇에 털어 넣었다. 

 

또 뭘 섞지..? 햇살에 색감과 맛을 더해줄 무지개..?

 

무지개는 가정집에서 보관이 힘들어서 필요할 때마다 실시간 주문을 한다. 앱을 켰다. 오 제철 무지개 세일 하네. 고요한 무지개랑 찬란한 무지개 두 가지가 있는데 음.. 오늘은 고요한 것 중 파란색이랑 보라색이 땡겨. 두 가지를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했다. 좋아. 14분 후 배달 예정.

 

이제 악기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소리가 어울릴까..? 피아노, 아코디언, 하모니카, 바이올린, 가야금, 드럼 등 여러 가지 악기가 있지만... 고심해도 딱히 넣고 싶은 소리가 없었다. 이렇게 한 악기의 소리보다는... 오케스트라 소리를 넣고 싶어. 

 

그런 소리는 혼자서 만들 수가 없어 또 주문해야 한다. 뭐, 먹고 싶은 걸 어떡해. 날도 덥고.

 

이번에도 배달 앱을 켜서 오케스트라 소리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고요한 무지개를 섞을 거니까, 심벌즈는 없는 버전으로. 추가 비용을 내고 피아노 협주 소리도 넣었다. 파란 크리스탈 그릇이랑 잘 어울릴 거야. 

 

현관 벨이 울린다. 무지개 배달이 벌써 왔나보다.  

 

"네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

 

"네에~"

 

배달원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박스를 가지고 들어와 열어보았다. 신선한 무지개.. 예쁘기도 하지... 눈부심도 없고 얼룩덜룩함도 없이 색깔이 일정하고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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