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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달 스위치
두개의 달이 있다 스위치로 켜고 끌 수 있다 달을 밝히는 원료는 별과 해를 갈아 만든 빛가루다 사람들은 어두운 것에 탐닉했다 먼저 지구상에 있는 모든 불을 끄고 다음은 하늘이었다 먼저 해를 부쉈다 달 근처에 작은 별들도 거치적거려 하나 하나 쏴 없앴다 그리고 낮 대신 밤에 달 하나를 더 쏘아올려 두 달이 뜨는 밤에 모두가 생활하게 되었다 두번째 달은 해와 별을 부수고 저장해둔 햇가루와 별가루를 적절히 섞어 빛나게 한다. Part 2. 사람들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우리는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가 왜 완전한 어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왜 우리 두눈은 사물을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이 있어야만 인식할 수 있는 구조인가 왜 우리 눈은 어둠을 지향하는 의지에 반대되는가 왜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는가 그..
2020.08.08 -
[4] 사계절 나라
봄나라에서는 눈송이가 내린다 겨울나라에서는 꽃송이가 내린다 여름나라에서는 매미가 내린다 가을나라에서는 꿀떡이 내린다. 가을나라에서 내리는 꿀떡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얀 꿀떡, 분홍색 꿀떡, 녹색 꿀떡, 그리고 가장 보기 힘든 노란색 꿀떡이다. 여름 나라와 다른 나라는 교류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 여름 나라를 방문한 사람들이 하늘에서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는 살아있는 매미에 질겁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떨어진 매미들이 나무로 올라가기 전 사람들의 발에 밟혀 뭉개져서 그 사체에 모여든 구더기들이 땅바닥에 득실댄다. 이 징그러운 광경은 타국에서 온 모든 이들을 내쫓기 충분했다. 여름 나라 원주민들은 이 매미를 식량으로 이용한다.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먹거리 덕분에 힘들게 노동을 해서 식량을..
2020.08.08 -
[3] 우주로 간 수학 여행
무작정 우주로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엔진 소리가 나고 지구가 멀어져도 별 생각이 안들었다. 애초에 어딜 가든 딱히 감흥을 못 느끼는 성격이기도 하고. 근 하루 정도 지났을까.. 그 긴 시간 동안 바깥 풍경은 그저 깜깜할 뿐 무엇하나 보이질 않았다. 우주선은 왜 이렇게 조명이 어두컴컴하지? 에너지를 아껴써야 하는건가? 대충 무엇이든 보이긴 하는데 그렇다고 집중해서 어떤 작업을 하기엔 눈이 피곤한 조도였다. 대충 보드게임을 굴리며 지루해할 무렵 창밖으로 아주 가깝게 행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멀리서 다수의 동그란 행성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갈색, 연빨강, 노랑 등 따뜻한 계열의 색깔 행성들이었다. 왜일까, 갑자기 지구에서 아주 멀리 왔다는 것이 실감되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
2020.08.08 -
[2] 광선을 쏘는 거대 지네
황색 모래, 물기가 거의 없어 보이는 이 땅엔 무시무시한 광선 공격을 하는 거대 지네들이 산다고 한다. 해가 뜨겁게 찌고 벌레 한마리, 새 한마리 우는 소리 없이 조용하다. 걷다보면 낮은 둔덕은 보이지만 나무나 산 같은 큰 지형물은 없다시피 하다. 왜지? 그냥 이 지역 전체가 거대 지네들의 집인 걸까? 지네들은 땅 아래에 숨어 사는 걸까? 햇빛을 싫어한다기엔 대낮에도 불쑥불쑥 자주 출현한다던데. *** 여자애는 아무런 준비 없이 이 땅에 왔다. 더운 기후인데 긴 머리를 묶을 머리끈도 없다. 다행히 옷은 반팔티에 반바지다. 마른 땅 위를 폴짝 폴짝 횡단한다. 여기에 무슨 생물이 출현하는지 알고는 있니? 후욱-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지네들이 이미 단체로 고개를 쳐들고 여자애를 내려다보고 있다..
2020.08.08 -
금붕어 똥 싸는 만화
고딩 때 산수도서관 1층 어항에서 관찰한 것 을 만화로 그려놨었음
2020.01.26 -
[poem] 지금 하루
365일 매일 맞이하는 엇비슷한 아침이 지겨워 잠에서 깰때마다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며 기억나는 어제의 문제 친구와 남 위와 아래 나의 정체 인생은 어찌나 긴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하루 하루는 어찌나 무수한지 세월이 흘러도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소원 이젠 그만 하고 싶어 다른 삶도 살아보고 싶어 신의 꼭두각시가 되어 살고 싶어 나는 내가 아닌채로 내 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망하는 인형으로 그렇게 살고 싶어 마음을 개조해 내 이름 내 에고 내 미련을 모두 버리고 나면 완전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 길로 이끄는 신의 목소리가 지금도 끊기는데 모든 열정은 간헐적으로 잠잠해지지만 평온해지려는 열정은 조용해지지도 식지도 않아
2020.01.20